[동영상]MS 본사 한국인 개발자 김석주씨를 만나다
퍼왔다. 한번쯤 MS개발자의 삶을 볼만하다고 생각해서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개발자로서 삶 말입니까? 그런 질문 자체가 모순인걸요. MS는 전 세계 다양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 어떤 회사보다도 ‘다양성(다문화)’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사적인 자리에서 한국인으로서 여러 가지 얘길 꺼낼 순 있어도, 한국인 개발자로서 의미를 별도로 찾진 않습니다. 그냥 MS 개발자 일 뿐입니다.”

우문현답이다. MS는 홈페이지(http://www.microsoft.com/about/diversity/default.mspx) 회사 소개 코너에 다양성(Diversity)에 대해 별도로 언급할 정도다. ‘다양성이 우리의 능력과 제품을 풍부하게 합니다(diversity enriches our performance and products)’는 말은 헛말이 아닌 듯싶었다.

15일 오후 MS 본사 ‘레드웨스트 C(RedWest C)’ 건물에서 한국인 개발자 김석주(38)씨를 만났다. MS에서 OSG(온라인 서비스 그룹) 애드센터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대를 졸업한 국내파다. 전공은 기계공학이지만 ‘웹’을 평생 밥그릇으로 삼았다. 잘나가는 대기업 ‘삼성전자’에서 한때 기술 총괄 부서에 근무했었고, 2000년 초 최고 인기를 누렸던 벤처 ‘새롬기술’에서 쓴맛도 봤다. IT 경력만 11년이 넘는다. 국내서 큰 관심을 받았던 ‘웹인터네셔널’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6년 전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쉽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당시 코스닥 신화의 일등공신이었던 다이얼패드에 입사했지만, 회사가 6개월 만에 파산하면서 허공에 뜬 신세가 됐다. 백수로 지내기도 했고, 한인이 운영하는 IT 회사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MS와 인연이 닿은 것은 거래처를 통해 알던 스웨덴 사람의 소개에서다. 마침 MS에서 경력 사원을 선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구글이 인터뷰를 지독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MS도 그것에 못지않습니다. 저는 인터뷰만 세 달 정도 걸렸습니다. 세 달 동안 15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보통 10명 선이라고 하는데 저는 약간 더 어려웠습니다.”

김석주씨는 자바 전문가다. 한국에 있을 때 자바 관련 서적을 많이 썼다. 자바 기술의 선구자인 셈이다. ‘자바와의 첫사랑(가남사, 1996년 4월)’ 등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e메일 ID도 ‘lovingjava’일 정도로 자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MS 닷넷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혀 모르는 자바(http://java.sun.com) 전문가였던 그가 어떻게 MS 직원이 됐을까. 그는 외국 기업문화의 특징이 잘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만능 신입사원 수백 명을 뽑아 놓고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그러나 MS는 각 분야마다 정확하게 해야 할 일과 지원 자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정 경력을 요구한다면 그 경력에 맞는 사람을 뽑습니다. 무조건 똑똑하다고(오버스펙) 뽑는 건 아니란 뜻입니다. 돌이켜 보니 비록 MS 개발 언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당시 그 자리에 필요한 건 제가 적임자였기 때문에 채용됐던 것이죠.”

입사 후에는 오피스 제품들을 개발하다가 1년 전 애드센터 개발을 위해 이 팀으로 옮겨왔다. MS는 팀을 옮길 때에도 입사 과정에 준하는 복잡한 인터뷰를 또 거쳐야 한다. 한국 기업들 일부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이 곳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서로 지적도 날카롭구요. 한국에선 문화적 특성상 상대방이 짠 프로그래밍 코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꺼려합니다. 그러나 여긴 그룹별로 매니저가 코드를 한꺼번에 관리, 승인합니다. 매니저는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많은 개발자들이 수시로 보내오는 코드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있어야합니다. 근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과물로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MS에 근무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도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MS라고 해서 특별히 경쟁사보다 2~3배 줄 순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서야 모기지론을 통해 집을 마련했다. 경력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배우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서비스라는 점도 감회가 새롭구요. 한국에서는 이를 경험하지 못합니다. 사용자가 100만에서 1000만, 그리고 갑자기 1억이 되는 경험은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 이상입니다.”

MS 본사에 근무하면 가장 좋은 점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으뜸으로 꼽았다. MS SQL 서버 개발자, 비주얼 스튜디오 개발자와 함께 얘길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지적인 호기심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근무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인으로서 한인 커뮤니티 형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MS 본사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200여명 정도. 이 중에서 100여명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지인이나 다름없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삼성 등 한국 기업과 직접적인 교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인 개발자 80여명이 모여 한국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진로상담 봉사를 하기도 했다. 한국 교포들은 대부분 ‘MS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Tech Geek)만 입사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MS에는 엔지니어만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직원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S 본사에서 만난 자바 마니아의 화려한 변신. 이는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그의 끊임없는 열정 때문이 아닐까.

그는 천상 ‘개발자’였다.

글, 사진 영상촬영 및 편집 =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서명덕기자 md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