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유난히 화창했던 지난 주말, 가족들과 오랜만에 남대문시장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시장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정겨운 활기를 느끼며 골목골목을 구경하다 보니 금세 출출해지더라고요. 남대문시장 하면 워낙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 많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따뜻하고 칼칼한 한식이 당겨 갈치조림을 먹기로 마음먹었지요.

사실 원래 가려고 염두에 두었던 곳은 따로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그 앞에 도착해 보니 늘어선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어요. 그렇게 근처 골목을 살펴보던 중 오랫동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전주식당이 눈에 들어와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겼답니다.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 시장 골목 안쪽으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갈치조림 매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좁은 골목이 나와요. 이 골목은 워낙 복잡해서 처음 방문하면 자칫 길을 헷갈리기 쉬운데요. 골목 입구 아래쪽에 각 식당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어 전주식당 글씨를 확인하고 들어가니 훨씬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어요. 멀리서도 붉은색 간판이 선명하게 눈에 띄어 반가웠답니다.
입구부터 풍기는 노포 맛집
가게 외관에는 무한도전 같은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했던 장면들이 잘 정돈되어 붙어 있었어요.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아온 곳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당초 목적지 대신 찾아온 곳이었지만, 특유의 정겨운 포스 덕분에 기대감이 스르륵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식당 입구 쪽에서는 커다란 냄비 여러 개에서 붉은 갈치조림이 연신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더라고요. 매장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짭조름하면서도 칼칼한 특유의 양념 냄새가 골목 가득 퍼져 나와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순간이었어요.

내부로 들어가 보니 전통시장 안에 있는 식당답게 1층 공간은 다소 아담하고 폭이 좁은 편이었어요. 그렇지만 테이블이나 주변 집기류들이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어 편안한 인상을 받았답니다. 건물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저희는 1층에 빈자리가 있어 곧바로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았어요.
벽면에는 정겨운 메뉴판과 방송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어 전형적인 시장 노포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식사하는 내내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에서 이곳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갈치조림 주문과 빠르게 나온 한 상

갈치조림 골목에 자리 잡은 식당이라 메뉴가 조림 한두 종류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넓었어요. 가자미구이나 고등어구이 같은 생선구이는 물론이고, 청국장이나 순두부찌개 같은 일반 식사류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더라고요. 혹시 생선조림을 잘 먹지 못하는 어린아이나 동행인이 있더라도 함께 식사하기에 아주 적합한 메뉴 구성이었어요.
저희는 이곳의 대표 메뉴를 맛보기 위해 갈치조림 2인분을 주문했어요. 메뉴판에 안내된 가격은 2인 기준 28,000원으로 형성되어 있었답니다. 요즘처럼 외식 물가가 많이 오른 시기에 서울 도심 한복판 유명 시장에서 이 정도 차림이면 충분히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문을 마친 뒤 자리를 정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체감상 5분도 되지 않아 기본 밑반찬과 메인 요리가 빠르게 차려졌어요. 회전율이 워낙 빠른 시장 노포라 그런지 기다림 없이 일사천리로 음식이 제공되는 점이 주부 입장에서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기본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아삭하게 무쳐낸 콩나물, 그리고 고소한 구운 김이 정깔하게 차려져 나왔어요. 손님이 많은 피크 타임이라 반찬 그릇 위에 비닐이 덮여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시장 특유의 바쁜 일상과 정겨움이 느껴져 이색적으로 다가왔답니다.
겉바속촉 서비스 갈치구이
식사를 하면서 가장 뜻밖이었던 부분은 갈치조림을 시켰는데 갓 구워낸 갈치구이가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점이었어요. 비록 꼬리 쪽의 날씬한 부위들이긴 했지만, 고소한 기름 향을 풍기며 따끈하게 나온 구이를 보니 절로 흐뭇해지더라고요.

겉은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속살은 짭쪼름하면서도 부드러워 메인 조림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해 주었어요. 따스한 흰밥에 기름진 구이 살 한 점을 떼어 올리니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별미 역할을 해주었답니다.
과거에는 포슬포슬한 계란찜도 서비스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계란찜 서비스는 제공이 종료되었다고 해요. 그래도 바삭하게 튀겨내듯 나온 갈치구이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푸짐한 시장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칼칼한 감칠맛

마침내 메인 요리인 갈치조림을 맛볼 차례가 되었어요. 자작한 양념 국물이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으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큼직하게 썰어 넣은 대파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어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했지요.
붉은 양념 색감 때문에 너무 매울까 봐 살짝 걱정했지만, 직접 먹어보니 과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더라고요.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는 분들도 무리 없이 드실 수 있을 정도로 딱 알맞게 칼칼하고 입에 착 감기는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었어요.
조림 속에 들어있는 갈치 역시 토막이 두툼하고 살집이 꽤나 알찼어요. 젓가락을 살짝 대기만 해도 부드러운 생선 살이 결대로 잘 발라져서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도 참 편리했어요.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평소 비린 맛에 민감하신 분들도 깔끔하고 담백하게 드실 수 있는 맛이었어요. 부드러운 갈치 살을 푸짐하게 발라 따스한 밥에 올려 먹으니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지는 기분이었지요.
푹 조려진 무와 맛있게 먹는 팁
갈치조림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양념이 푹 배어든 무라고 할 수 있어요. 은근한 불에서 오랫동안 조려낸 무는 생선의 고소함과 국물의 감칠맛을 온전히 머금고 있어서 정말 입안에서 녹듯이 부드러웠어요. 숟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스르르 부서질 정도라 무와 양념만으로도 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여기서 제가 식사를 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작은 팁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 양념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의욕이 앞선 나머지 밥 전체를 미리 국물에 슥슥 비벼버렸는데요. 이렇게 밥 전체를 미리 비벼두니 시간이 지나면서 밥알이 양념을 금방 흡수해 버려 양념 특유의 진하고 칼칼한 풍미가 살짝 밋밋해지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갈치조림의 깊은 맛을 마지막까지 제대로 즐기시려면 밥을 미리 다 비비지 마시고, 밥 한 숟가락 위에 두툼한 갈치 살과 잘 익은 무를 올린 뒤 국물을 자작하게 따로 떠서 드시는 편을 추천해 드려요. 그렇게 드셔야 진한 양념 본연의 칼칼함과 고소함을 온전히 느끼실 수 있답니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아쉬운 점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지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리뷰인 만큼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정리해 드릴게요. 우선 매장이 오랜 노포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보니 내부 좌석 간격이 좁고 전체적인 공간이 다소 협소한 편이에요.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짐이 많거나 부피가 큰 유모차를 동반하고 방문하시기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를 수 있어요.

그리고 화장실이 매장 내부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외부 시장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방문 전에 미리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차를 이용해 방문하실 경우 골목 특성상 매장 자체 주차장이 없으므로 가까운 인근 공영주차장을 미리 확인해 두고 이동하시는 것이 한결 수월하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 노포만의 활기찬 분위기와 정겨움, 빠른 서비스 속도, 그리고 2인 28,000원에 두툼한 갈치조림과 구이 서비스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성비 관점에서는 대단히 훌륭한 선택지였어요. 얼떨결에 발길을 돌려 찾아온 곳이었지만 든든하고 따뜻한 한 끼를 챙길 수 있어서 뿌듯했답니다.
복잡한 시장 골목 안에서 정겨운 노포 감성과 함께 속까지 따뜻해지는 칼칼한 한식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전주식당은 참 반가운 공간이 될 것 같아요. 매장 공간이 다소 아담하더라도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알찬 가성비 한 상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실 거예요. 남대문시장 구경도 하시고 푸짐한 조림 한 그릇으로 맛있는 나들이를 완성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