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AI와 TPU v7, 그리고 샌디스크의 화려한 귀환
부제: 연산(Compute) 최적화 전쟁과 '독립 법인' 샌디스크(SNDK)가 그리는 스토리지의 미래

2025년 12월, AI 하드웨어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오픈AI와 구글의 모델 경쟁이 촉발한 1차전이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2차전은 '누가 더 효율적인 전용 인프라를 구축하느냐'로 진화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구글의
최신작 제미나이(Gemini)를 뒷받침하는 TPU v7(아이언우드)과 엔비디아의 GB300(블랙웰 울트라)을 비교 분석하고, 2025년 초 웨스턴디지털에서 성공적으로 분사하여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 샌디스크(SanDisk)의 역할과 주가 전망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1. 구글의 반격: 제미나이(Gemini)와 TPU v7의 수직 계열화 완성
구글의 미래 전략은 명확합니다. 범용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거대 언어 모델인 제미나이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1.1 제미나이: 멀티모달 네이티브의 진화
제미나이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오디오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네이티브' 모델입니다. 이는 단일 모달리티 모델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연산량과 메모리 대역폭을 요구합니다. 구글은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범용 GPU 클러스터 대신, 설계 단계부터 제미나이의 아키텍처를 고려한 자체 칩 개발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1.2 TPU v7 '아이언우드(Ironwood)': 효율성의 정점
2025년 11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구글의 TPU v7(코드명: 아이언우드)은 AI 인프라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습니다.
- 특화된 설계: TPU v7은 딥러닝 추론과 학습에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핵심인 행렬 연산(MXU)에만 집중했습니다.
- 압도적 효율: 전작인 v5p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으며, 특히 와트(Watt)당 성능비에서 경쟁사를 압도합니다. 이는 전력 비용이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변수가 된 현시점에서 구글 클라우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무기가 됩니다.
2. 챔피언의 방어전: 엔비디아 GPU vs 구글 TPU 심층 비교
엔비디아와 구글의 경쟁은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범용성(General Purpose)'과 '특수성(ASIC)'의 철학적 충돌입니다.
2.1 아키텍처의 근본적 차이: SIMD vs 시스톨릭 어레이
두 프로세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 엔비디아 GPU (SIMD & 폰 노이만 구조):
- 구조: 수천 개의 코어가 동시에 명령을 수행하는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구조입니다.
- 특징: 그래픽 처리부터 AI까지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도록 캐시(Cache)와 분기 예측 등 복잡한 제어 로직을 포함합니다.
- 한계: 매 연산마다 레지스터와 메모리를 오가야 하므로,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폰 노이만 병목(Von Neumann Bottleneck)'이 존재합니다. 이는 전력 소모의 주원인이 됩니다.
- 구글 TPU (Systolic Array):
- 구조: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듯 데이터가 연산 유닛(MXU)을 타고 규칙적으로 흐르는 시스톨릭 어레이(Systolic Array) 구조입니다.
- 특징: 한 번 메모리에서 읽어온 데이터는 칩 내부의 연산 유닛들을 통과하며 재사용됩니다.
- 장점: 메모리 접근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GPU 대비 데이터 이동에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행렬 곱셈 연산 속도를 극대화했습니다.
2.2 스펙 및 성능 비교
| 항목 | 엔비디아 GB300 (Blackwell Ultra) | 구글 TPU v7 (Ironwood) |
| 설계 목적 | 범용 병렬 처리 (그래픽, 시뮬레이션, AI) | AI 딥러닝 텐서 연산 전용 (ASIC) |
| 핵심 성능 | 절대 성능 우위 (FP4 지원) | 전력 및 비용 효율 우위 (FP8 4,614 TFLOPS) |
| 메모리 (HBM) | 288GB+ HBM3e (대역폭 8TB/s급) | 192GB HBM (대역폭 7.4TB/s) |
| 전력 소비 | 약 1.4kW (고전력) | 약 0.85kW (저전력) |
| 확장성 | NVLink 기반 (유연한 연결) | TPU Pod (9,216개 칩 초고속 연결 특화) |
| 생태계 | CUDA, PyTorch (범용성 높음) | TensorFlow, JAX/XLA (구글 생태계 특화) |
- 엔비디아 GB300: HBM3e 288GB라는 압도적인 메모리 용량과 FP4(4비트 부동소수점) 지원을 통해 '절대 성능'을 추구합니다. 어떤 AI 모델이든 즉시 돌릴 수 있는 유연성이 최대 강점입니다.
- 구글 TPU v7: 192GB 메모리와 0.85kW의 저전력 설계를 통해 '와트당 성능'을 극대화했습니다. FP8 기준 약 4.6 PFLOPS의 연산 능력을 보여주며, 특히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서 대규모 모델(Gemini)을 학습시키거나 서비스할 때 비용 효율이 압도적입니다.
2.3 사용 사례 (Use Cases)
- GPU: AI 개발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그래픽 렌더링 등 다목적 활용이 필요한 경우. 시장 점유율 80~90%의 성숙한 생태계 덕분에 개발 편의성이 매우 높습니다.
- TPU: 구글 클라우드(GCP) 기반의 대규모 LLM 학습(예: 제미나이) 및 추론 서비스. 수천 개의 칩을 연결하는 스케일링이 용이하지만, 하드웨어 호환성이 제한적이어서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3. 화려한 귀환: '독립 법인' 샌디스크(SanDisk)의 역할
2025년 2월, 웨스턴디지털(WDC)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 상장사(Ticker: SNDK)로 새롭게 출발한 샌디스크는 AI 시대의 숨은 주인공입니다.
3.1 스토리지 병목(Storage Wall)의 해결사
GPU/TPU가 아무리 빨라져도 데이터를 공급하는 스토리지가 느리면 전체 성능은 떨어집니다. AI 학습 데이터의 크기가 엑사바이트(EB) 단위로 커지면서, 초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엔터프라이즈 SSD(eSSD)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3.2 샌디스크의 경쟁력
HDD 사업을 떼어내고 낸드 플래시와 SSD에만 집중하게 된 샌디스크는 더욱 민첩해졌습니다.
- AI 전용 eSSD 라인업: PCIe 5.0 및 6.0 기반의 고성능 SSD를 엔비디아와 구글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며 핵심 파트너 입지를 굳혔습니다.
- 온디바이스 AI: AI 기능이 탑재된 PC와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 증가(QLC 낸드 수요)는 소비자용 SSD 강자인 샌디스크에 직접적인 수혜를 줍니다.
4. 기업별 주가 전망 및 투자 전략

4.1 구글 (Alphabet)
- 전망: '비중 확대'
- 핵심: TPU v7의 성공적인 배포로 인해 타 빅테크 대비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직결되며, 제미나이 기반의 AI 서비스 매출이 가시화되는 2026년부터 주가 재평가가 기대됩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춘 유일한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 유효합니다.
4.2 엔비디아 (NVIDIA)
- 전망: '유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 핵심: GB300의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2026년까지 수주 잔고가 꽉 차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 TPU, 아마존 Trainium 등 고객사들의 자체 칩(ASIC)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점유율 미세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폭발적 성장기에서 안정적 성숙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주가 흐름이 예상됩니다.
4.3 샌디스크 (SanDisk Corp, SNDK)
- 전망: '강력 매수' (Top Pick)
- 핵심: 2월 분사 이후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과거 HDD 사업부의 낮은 성장성에 가려져 있던 '순수 낸드/SSD 플레이어'로서의 매력이 부각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고용량화 트렌드와 낸드 가격의 상승 사이클이 맞물려, 202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HBM에 가려져 있던 'AI 스토리지' 테마의 대장주로 부상할 것입니다.
5. 2026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26년 AI 하드웨어 시장의 핵심은 '분업화'입니다.

- 학습(Training): 여전히 엔비디아 GB300이 표준으로 남을 것입니다.
- 추론(Inference) 및 서비스: 비용 효율이 압도적인 구글 TPU v7과 같은 ASIC이 시장을 잠식할 것입니다.
- 데이터 저장: 이 모든 데이터를 담을 그릇인 샌디스크의 초고속 SSD 없이는 AI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누가 칩을 만드는가"를 넘어, "누가 AI의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가"를 봐야 합니다. 구글은 효율로, 엔비디아는 성능으로, 샌디스크는 데이터의 흐름으로 각자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롭게 독립한 샌디스크의 행보는 2026년 포트폴리오의 필수적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