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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토익(TOEIC)

나이 마흔넘어 토익900찍다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네]

by 엔돌슨 2007.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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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넘어 시작한 토익, 900점 찍고 하산합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같은 386,학력고사세대에게 불행인지,다행인지 토익시험이 요즘처럼 절실한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3저호황에,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확장경영으로 서울소재 왠만한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센터에 가면 대기업 원서 넘쳐났고 학점도 3점만 넘기면 어디나 자신있게 서류쓰던 시절입니다. 그러다 보니 토익은 먼나라 얘기처럼 들렸고 저 역시 대학4년내내 이념서적에 막걸리로 세월을 보내다 4학년 졸업반이 되서 상식책,보카 22000 정도 뒤적거리다 입사,15년이 흘렀네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직종도 아니고 필요하면 회사에서 통역을 붙여주니 회사에 들어와서도 토익시험에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본이 토익이 900이상 되는 신입후배들을 보면서 막연한 열패감, 시대에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슬슬 몰려들더군요. 그러다 지난해12월 사내연수준비를 위해 강남의 한 학원에 주말반 등록을 하고 토익의 세계에 발을 디뎌놓게 됐죠.

1차 목표는 사내기준점수인 700점 돌파.

평일은 워낙 불규칙한 근무시간으로 인해 공부할 엄두를 못내고 토요일 학원에 가서 각2시간씩 엘씨와 알씨 수업을 듣고 오곤 했죠.

알씨는 고등학교때 성문영어 시리즈로 그런대로 기본기가 닦여진 때문인지 솔직히 크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단어도 그리 난해한것 같지 않고, 솔직히 보카 22000수준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제는 역시 엘씨였습니다. 팟1 그림문제 빼고는 솔직히 팟2부터는  단어 1,2개정도 들리는것에 의존해 거의 직감으로 찍는 수준.  엘씨 수업시간만 되면 괜히 맥박수가 올라가고 고문이 따로 없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알씨에서 400점찍고 엘씨는 300점대만 넘자. 그러면 700을 넘기지 않겠냐.

2달동안 주말반수업을 끝내고 첫번째로 도전한 2월 첫 시험 결과는 745점. 알씨 415점에 엘씨 330점으로 모두 목표를 초과 달성했죠. 하지만 너무 쉽게 1차 목표를 달성한게 화근이었을까요. 특히 알씨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하게 문제였어요.  3월 토익시험에서 엘씨는 390점으로 올랐는데 알씨가 345점으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총점도 2월 745점에서 3월 735점으로 뒷걸음질.

알씨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니던 학원을 끊고 집에서 혼자서 엘씨만 설렁설렁 공부하고 알씨는 모의고사 한 셋트도 안 풀고 시험장에 임했던 자만이 부른 처참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팟7은 시간이 모자라 뒷부분 10개문제를 기둥세웠죠.  학창시절을 포함해서 영어시험에서 시간이 모자라 찍고 나온 것은 처음이라 그때 시험장을 나오면서 들었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3월 토익시험은 시험장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점수를 확인할 생각 안하고 바로 다음날 부터 4월 시험준비에 돌입했습니다.

 

그때까지 무료강의에 만족하고 있던 나는 큰 맘을 먹고 엘씨는 한승태(팟1,팟3), 송다영(팟2, 팟3)선생님 동영상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돈을 내면 아까워사라도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3주일정으로 진도를 다 떼고 나머지 1주일은 모의실전테스트로 점검을 하기로 일정을 잡았죠.  그리고 그때부터  오전근무가 끝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승태 선생강의 1회분을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뒤에는 송다영 선생의 강의 1회분을 꼬박꼬박 챙겨 들었죠.

 

복습은 출근시간에는 간밤에 들었던 송다영선생이 팟 2,4를 퇴근시간에는 점심시간에 들었던 한승태 선생의 팟1,3을 복습하는 식이었죠. 

엠피3와 책을 갖고 복습을 할려고 자가용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술자리에도 집에 그날 예정했던 진도를 거르지 않기 위해 애를 썼죠. 

 

폭탄주에 밤12시에 떡이 되서 들어가더라도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린뒤 새벽2시까지 머리를 쥐어박아가며 그날 예정된 진도를 떼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집사람과 아들놈이 안방에서 새록 새록 골아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마음 편하게 한번 자봤으면'하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죠.

 

아침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새벽6시에 기상 7시까지 EBS영어강의를 듣고서 출근을 햇죠.

엘씨 경우 저는 시간부족으로 딕테이션이나 쉐도잉은 하지 못했고 대신 팟1,2는 한 지문을 이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서 나올때가지  10~20번 따라 반복했습니다.  팟3,4는 지문을 안보고 3,4번정도 들어준뒤 책을 보면서 들리지 않았던 대목을 집중적으로 다시 반복하고 다시 책을 덮고 전체적으로 지문을 들어주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2주정도 동영상 강의를 진행하고 나니 어느정도 기본유형이 잡히고 특히 팟2 경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시제,의문사,주어등 앞에 몇개단어만 캐치해내 답을 골라내는 요령이 급격히 늘더군요. 

   

3주차때부터는 3월 시험때 고배를 마셨던 알씨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시간등은 엘씨공부에 올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씨공부를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야 햇는데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책을 펴놓고 공부할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저녁시간을 먹고 야근에 들어가기전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팟5,6을 한셋트씩 풀고 나오는 것이었죠.

 

정상, 정재현성생님의 예상문제를 2006년 5월이후로 싹 복사해서 하루에 한 셋트씩 풀고 정답하고 맞춰본뒤 틀린 대목만 동영상 강의에서 골라 들었습니다

야근이라는게 특별한 상황 발생해 대비해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지라 남들이 담배피러 나가는 시간에 나는 화장실에 팟5,6셋트 하나씩 들고가서 풀고 나왔죠. 그렇게 하루에 많게는 3~4셋트까지 풀면서  내가 자주 틀리는 유형이 발견되고 내가 부정확하게 알고 있던 문법이나 어법등이 정리가 되더군요.

 

어느정도 팟5,6문제 유형이 파악이 되면서 시간을 재고 문제풀이에 임했습니다.  처음에 팟5,6 한셋트에 30분정도 걸리던 것이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25분정도로 단축이 되더군요. 20분 초반대까지 문제를  풀어 봤지만 그렇게 해보니 오답률이 올라가서 별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나는 내 스스로 25분정도를 적정 스피드로 책정해서 그 시간내에 문제를 푸는 감을 익히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1주일 정도 남겨놓고는 엘씨는 짐스토익(10회), 알씨는 김대균의 팟7실전연습(15회분)으로 실전훈련에 돌입했습니다.  팟7의 경우는 화장실에서 풀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저녁시간에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사우나에 가서 시간을 재가며 모의고사 1회분을 풀고 올라오곤 했죠.  50분에 팟7을 푸는게 의외로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 역시 모의고사 8회분 정도가 되니까 내가 실수로 자주 틀리는 유형이 발견이 되고 지문,문제를 어떻게 읽어내려가야 효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하는지도 팁이 생기더군요.


마지막 시험을 하루 앞둔 D-1

그동안 팟5,6에서 틀렸던 문제를 최종점검하고 엘씨 경우는 토익3가 약한것 같아서 짐스토익 모의고사에서 팟3만 10회분 따로 점검을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4월 토익시험장에 돌입.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릅니다.

 

팟1은 워낙 일찍 진도를 떼고 복습을 하지 못한 관계로 감이 떨어졌는지 한2~3개정도가 아리까리 하더군요. 팟2는 3~4개정도 빼고는 정답을 고르는데 문제가 없었던 같고 팟3,팟4는 지난번 시험처럼 통채로 3문제를 찍는 일은 없었고 한 두개 지문을 빼고는 비교적 평이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문제가 쉬운건지,그동안 실력이 는건지 어쨋든 영문을 모르고 반쯤 찍어서 풀던 엘씨가 감이 착착 오면서 `이거 잘만하면 대박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알씨였습니다. 지난번 시간조절 실패로 막판 10문제를 기둥세웠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는게 당면과제였죠.다행히 팟1,2 예제시간에 팟5,6을 15문제 풀어놓은 탓이지 평소 25분정도 걸리던 팟5,6을 푸는데 21분만에 풀었습니다. 헷갈리는 문제 1,2개를 다시 점검하고 답안지에 옮겨적어놓고 시간을 확인하니 총23분 정도가 흐른 것 같았습니다. 

 

팟7은 더블패시지 문제가 왠지 배점이 높은것 같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거꾸로 80번까지를 먼저 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53분부터 문제를 풀어갔습니다.  모든 문제를 다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 10개 정도 틀린다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정답이 잘 안보이는 문제는 가감히 건너 뛰었습니다. 그렇게 팟7을 한번 점검하고 나니 7분정도가 남더군요.  그제서야 헷갈렸던 4~5문제를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죠.  확실히 시간적 여유를 갖고 보니까  2~3문제는 이게 정답이구나 하는 확신이 오더군요.

 

그렇게 시간을 끝내고 오후3시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모범답안하고 비교해보니 엘씨는 87~90개정도, 알씨는 93개 정도 맞았더군요.  기대이상의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 오후9시 집사람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놈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컴퓨터를 켜고 두근두근 점수 확인에 들어갔습니다.그리고 엘씨 460점에 알씨 440점, 도합 총점이 900점이었습니다.  850점 정도 기대하고 있다가 앞에 9자가 보일때의 그 짜릿한 전율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3월 735점에서 800점대도 거치지 않고 무려 165점이나 점수가 수직상승하며 900점을 찍은 겁니다.

집사람과 아들놈,저 이렇게 셋이서 서로 부둥켜 안호 온방을 돌아다니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토익 900점은 단지 점수자체를 넘어 나이 마흔하나에 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던 소심함,두려움,편안함의 유혹등을 떨쳐 내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950점,만점에 대한 미련이나 도전욕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분수와 직장인으로서 본연의 의무가 있길래 이제 토익은 여기서 접을까 합니다. 집사람도 "토익 한달만 더하면 사람 잡겠다"면서 더이상은 하지 말라고 하네요.

그동안 해커스사이트에서 눈팅하면서 보던 눈물나던  수기들, 또 힘들고 어려울때 서로를 격려해주며  자료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토익커들의 연대정신을 보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일이 시험인데 다들 원하는 목표점수 이루시고 행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